2007년 개봉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미국 개척 시대 후반, 석유 산업의 성장과 함께 점차 드러나는 인간의 욕망, 권력, 광기, 종교적 갈등을 복합적으로 조명한 영화입니다. 이 작품은 단순한 드라마를 넘어, 하나의 거대한 심리극이며 시대극이자 인간 본성의 우화를 담고 있습니다. 본 글에서는 데어 윌 비 블러드의 핵심 플롯 구조, 인물 분석, 연출 기법이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깊이 있게 해석해 봅니다.
플롯 구조로 본 욕망의 진화
데어 윌 비 블러드는 시작부터 독특한 구조를 가집니다. 대사가 거의 없는 오프닝 시퀀스는 광산을 배경으로 주인공 다니엘 플레인뷰의 성격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이 15분간의 무언극은 한 인간이 어떻게 탐욕과 독단으로 치닫는지를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영화는 철저하게 플레인뷰의 관점에서 서사를 이끌어갑니다. 그는 땅 속 자원에 대한 집착과 함께,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얻는 법을 계산적으로 배워갑니다. 초기의 플레인뷰는 비록 탐욕적일지언정 어느 정도 인간적인 면모가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권력과 부의 축적이 그를 더욱 고립시키고, 결국 타인과의 관계마저 파괴하게 만듭니다. 특히, 아들처럼 키운 H.W. 와의 관계는 영화의 중심 갈등축 중 하나입니다. 플레인뷰는 아들이 청력을 잃자 심리적 거리를 두며, 나중에는 그를 '사업 수단'으로만 취급하게 됩니다. 또한, 엘리 선교사와의 관계는 영화 전반의 종교 대 자본 구도에서 중요한 축을 형성합니다. 두 인물은 서로를 경멸하며 이용하다가, 결국 파멸적인 대립으로 나아갑니다. 결국 마지막 장면, 볼링장에서 엘리를 죽이는 플레인뷰의 모습은 영화 전반의 서사가 종착점에 다다랐음을 시사합니다. 이 장면은 단순한 폭력의 결과가 아닌, 누적된 갈등과 내부적 붕괴의 정점입니다. ‘나는 끝났어(I’m finished)’라는 마지막 대사는 자기 파괴의 선언이자, 서사 구조를 완성하는 결말선언입니다.
인물 해석: 다니엘 플레인뷰의 본질
다니엘 플레인뷰는 단순한 악역이 아닙니다. 그는 인간의 이기심, 야망, 그리고 고립의 화신입니다. 관객은 그의 말과 행동을 보며 그를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이해하려는 복잡한 감정을 느낍니다. 이는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입체적인 연기가 큰 몫을 차지합니다. 플레인뷰는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성공과 비교 우위에서 찾습니다. 그는 타인을 신뢰하지 않으며, 가족마저 경쟁의 도구로 바라봅니다. 이런 성격은 그가 왜 그렇게 고립되고, 파괴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는지를 설명합니다. 영화 초반에는 동정심이나 유머를 보이는 순간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정적 연결이 단절되며 '괴물'로 변해갑니다. 그의 가장 인간적인 감정은 오히려 아들을 잃은 후 드러납니다. H.W. 가 떠난 이후, 플레인뷰는 분노와 상실감을 감추지 못하며 더욱 깊은 광기로 빠져듭니다. 이는 인간 내면에 숨어 있는 공허와 인정욕구의 결과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엘리 선교사와의 관계는 이 복잡한 인물을 더 입체적으로 만듭니다. 플레인뷰는 엘리를 통해 위선적인 종교와 충돌하면서도, 그의 존재 자체를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냅니다. 결국 엘리를 살해한 것은 단순히 증오 때문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실패와 허무에 대한 분노의 표출로 볼 수 있습니다.
연출 분석: PTA의 상징과 리듬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데어 윌 비 블러드를 통해 장면의 리듬, 구도, 음악을 완벽하게 활용하여 이야기를 시각화합니다. 특히 조니 그린우드의 불협화음적인 사운드트랙은 긴장감을 조성하고, 장면의 감정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카메라 구도 역시 매우 계산되어 있습니다. 광활한 풍경 속 인물을 고립되게 배치함으로써 플레인뷰의 외로움과 단절감을 시각적으로 전달합니다. 또한 롱테이크를 통해 인물의 감정 변화와 심리 상태를 자연스럽게 담아냅니다. 대화 없이 인물의 표정과 환경만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시퀀스가 이 영화에서 유난히 많습니다. 상징의 사용도 주목할 만합니다. 석유는 단순한 자원이 아니라, 권력의 상징이자 피처럼 흘러나오는 인간의 욕망을 은유합니다. 교회는 구원의 공간이 아닌 위선의 공간으로, 종교의 이면을 날카롭게 비판합니다. 특히 ‘세례’ 장면은 플레인뷰가 종교에 굴복하는 듯하지만, 사실은 그것마저도 자신의 목표를 위한 쇼라는 점에서 의미심장합니다. 편집 또한 플레인뷰의 내면을 따라갑니다. 느릿하게 전개되는 씬은 그의 결정과 욕망의 축적을 보여주고, 중간중간 터지는 사건들은 리듬을 바꾸며 몰입도를 높입니다. 영화는 15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촘촘한 연출로 단 한 장면도 낭비되지 않습니다.
결론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단순한 서부극이나 드라마가 아닌,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작품입니다. 플롯은 탐욕의 전개를, 인물은 인간의 이기적 진화를, 연출은 그 모든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시각화해 냅니다.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던지는 이 영화는, 필연적으로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고전입니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깊이 있게 감상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볼 가치가 있습니다.